수원설화

청명산의 신이한 짐승

작성자 : 수원문화원 날짜 : 20/12/08 15:48 조회 : 1576

화성의 숨결을 찾아서..

청명산과 신이한 짐승들

김용국

평범함이란 무엇일까? 또한 보통이란 무엇일까? 가장 보편적이고 가장 평범한 물음이겠지만 정작 이를 정의하고 규정지으려하면 그리 용이하지만은 않은 듯 하다. 그러면서도 한편 생각을 하면 보편적이면서 뭔가 특별한 것! 평범하면서도 무엇인가 비범한 것을 바라고 추구하는 것이 우리들이 아닌가 싶다.

나도 이점에서는 예외가 아니다. 별다르면서 모나고 싶지 않은 것이, 그러면서 사랑도 받고 싶은 것이 또한 내가 아닌가? 유정물(有情物)인 인간이 그렇다하면 이는 마치 당연도 한 듯이 생각되는 것도 사실이 아닌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유정물 뿐만이 아니라 무정도 조차도 무엔가 특별한 것으로 만들고 이에 만족을 느끼고, 한껏 취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유정물에 어떤 신성성을 부여하는 일이리라 생각한다.

이미 지지난 해 9월 18일 청명산에 대하여 소개한 바가 있는 터이라 새삼 청명산의 이야기를 재론함이 조금은 쑥스러우나 새로이 발굴되고 기록된 바라 이를 만천하에 드러내는 것이 그리하여 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예(禮)라 생각하여 다음의 이야기를 소개하기로 한다.

이야기인 즉, 수원 속의 또 다른 수원, 영통의 진산인 청명산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하고 있다. 이는 수원의 다른 지역과 다른 산들과 차별을 드러내는 이야기로 청명산의 특별함과 청명산의 비범함을 드러내는 이야기다. 청명산에는 몇몇의 신이한 짐승들이 살고 있었다한다.

먼저 닭에 대한 이야기다. 이 지역 토박이의 노인에게 들었다고 하는 환계술 닭에 대한 이야기다. 어느 노인이 청명산 근방에 거주하게 되면서 이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어느 노인정에서 이 외지의 노인은 다음의 이야기를 듣는다. “아 기흥면이면 청명산 아느냐?” 하기에 “그랴. 그렇다고. 청명산 밑창에서 산다.” 고 하니 “거기 환계술 닭이 있다.”고 하더란다. 그 환계술 닭이 울어야. 마을이 번창한다고 말이다.

그런데 그 닭이 어떤 닭인지는 확적히 말한 바가 없다. 나름으로 추론, 추측하면 그 닭이 울어야 마을에 복록이 있다던가? 그런데 그 닭의 울음이 일본놈들의 정치이후로는 들리지 않았다든가 하는 이야기여야 하나 그런 결말은 없고 그저 환계술 닭이 있었다는 있지만 울지 않는 다는 이야기다.

또한 청명산에는 여우가 있다. 그런데 그 여우는 꼬리의 색이 바래 흰색의 꼬리는 갖은 여우이다. 똑 송아지만한 몸댕이에 다리가 짧다. 그런데 여간해서 눈에 띄질 않아 일본 놈 포수나 한국 사람 포수가 아무리 찾아다녀야 만날 수도 잡을 수도 없었다는 이야기다.

또 백사에 얽힌 이야기도 있다. 토끼만한 백사가 한 마리 있는데 여느 눈에는 아주 작게 보인다. 그런데 그 백사는 여간 빠른 것이 아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눈을 현혹하여 아주 작게만 보인다. 그런데 막상 앞에 두고 보면 토끼만큼 큰 그런 백사라 한다. 그런데 그런 커다란 몸뚱어리를 아주 잽싸게 움직여 쫓아 버린 듯 하면 어느 결엔가 정면에 나타나 그 긴 혀를 낼름거렸다고 한다. 작은 돌 틈으로 숨었다가 나무를 하는 이나 홀로 산길을 걷는 이의 앞길에 나타나곤 했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그리 개연성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이이야기를 통하여 전하고자 하는 바는 납득이 간다. 그 만큼 청명산은 신이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명산은 높지도 않고 수려하지도 않다. 어찌 보면 그렇기에 청명산에 전하는 이야기가 의미를 지니는 지도 모르겠다.

겉보기와는 다른 비밀을 간직한 산, 그 산이 바로 또 다른 수원, 수원의 영통에 정신적 뿌리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러니 새삼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뿐 아니라 그 숨겨진 이면에 만물이 고루 귀함을 가르치고자 하였던 선인들의 지혜를 알 듯도 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