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설화
청명산
화성의 숨결을 찾아서..
청명산(淸明山)
김용국
청명산은 수원의 새로운 주거공간이 된 영통의 황골마을 동쪽에 자리하고 있는 산이다. 유래를 의하면 사방이 탁 트여 사방이 훤히[淸明] 보이기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한편 이 산의 본래의 이름은 천명산(天命山), 천명산(千名山)이었다는 두 가지 설이 있다. 먼저 천명산(天命山)은 옛날 군사들이 천명(天命)을 받고 이를 이어가는 산이라 하여 천명산이라 불리웠다 하며, 이 지역에서 군사들이 훈련을 받으며 천명이 살았다하여 천명산(千名山)이라 불리다가 이 것이 와전되어 청명산(淸明山)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이 산은 영험하기로도 이름이 있었다. 청명산 봉우리에 우물이 하나 있는데 이를 ‘중의 우물’이라 부른다. 우물의 유래에 의하면, 옛날 이 산에 용인 방향으로 절이 있었다. 그 절의 중들이 식수를 구하려 했으나 물을 구하기 어려웠다. 평지에 우물을 파 보았으나 물을 구하기 어려웠다. 그러던 어느 날 주지의 꿈에 청명산의 산신이 나타나 봉우리를 파보라고 하여 판 것이 중의 우물이라 한다.
한편, 원효대사와 관련된 설화에 의하면, 옛날 원효대사께서 이 곳을 지나가시다 산정에 우물을 팠다. 이 우물은 신통력이 있었다. 어느 날 다리가 부러진 학이 깨금걸음으로 이 곳을 찾았다. 다리가 부러진 학은 몇 일 동안 이 우물물을 먹고 나더니 부러진 다리가 치유되어 다시 날아올랐다.
또, 이 곳은 천상의 선녀들이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 목욕을 하는 우물이었다고 하고, 이 우물 속에는 보물이 있었다고도 전한다.
한편, 이 산은 옛날부터 기우제(祈雨祭)를 지냈던 곳으로 전해진다. 가뭄이 들 때면 이 지방의 관리들이 이 산에 올라가 기우제를 지냈으며, 제를 지내고 나면 어김없이 비가 내렸다고 한다.
또, 이 곳은 천석꾼인 해주 오씨들이 비가 내리지 않으면 커다란 통돼지를 잡아다가 기우제를 지내는 장소이기도 했다고 전한다.
이렇듯 청명산은 그 영험함을 많은 설화를 통하여 전하고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고장 출신인 영통사의 혜천 스님에 의하면 이런 이야기도 있다. 진현이란 사람의 어머니가 이 곳에 살 때의 일이라고 한다. 어느 날 진현이라는 이의 어머니가 기르던 돼지가 없어졌다. 옛날에 돼지 한 마리는 큰 재산이었다. 그러니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 사방으로 찾아보았으나 돼지를 찾을 길은 없었다. 그래 청명산의 신령님께 빌었다고 한다.
그렇게 지성으로 몇 일을 빌자 돼지가 돌아왔다고 한다. 그 후에도 진현 어머니가 밤길에 물을 길러 다니면 반드시 호랑이가 나타나 밤길을 비추어주었다 한다.
이렇듯 청명산은 그 영험함을 간직하고 있는 산이다. 개발의 논리가 이러한 청명산의 가치를 뭉개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개발의 논리를 수 많은 설화가 이겨낼 도리도 없다.
그러나 이 자그마한 산에 이렇듯 많은 설화가 전한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는 청명산이, 영통에 살던 조상들의 기원의 대상이었으며, 마음의 안식처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그러하다. 수원의 진산(鎭山)이 광교산이라면, 영통(靈通)의 진산은 청명산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