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설화
상광교 느티나무
광교산으로 들어간 부처님 수원에서 신목(神木)으로 위하는 마을의 수호신격의 나무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대부분 느티나무를 신목으로 정하여 섬기고 있다. 나무의 크기에서도 ‘참, 잘 생겼다!’란 찬탄이 절로 나지만 그 외양 또한 사연 없는 나무들과는 격이 다른 듯이 보여진다.
그 대표격이 영통 엘지주유소 앞의 나무일 것이다. 또한 청명고등학교 앞에 있는 나무도 그보단 작은 나무지만 여전히 그 아름다움에 경도된다. 천천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나무도 그렇다.
늘 광교산을 찾으면서 아름답다 여기던 나무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지나다 보면 그저 ‘근사한데!’라는 정도로 지나칠만한 나무이지만 여기에 전하는 이야기와 그 의미를 생각해 보면 예사나무가 아니다. 바로 광교산으로 들어가 부처가 되었거나, 부처님의 화신이 광교산을 다녀간 것을 의미하는 나무인 것이다.
먼저 원효법사(元曉法師)의 전하는 이야기를 통해 그 가능성을 살피기로 한다. 의상법사(義湘法師)가 낙산사(洛山寺)를 창건한 뒤, 원효법사가 뒤를 이어 예(禮)하려 하였다.
처음에 남쪽 교외(郊外)에 이르니 논 가운데 흰옷을 입은 여인이 벼를 베고 있었다. 법사가 희롱삼아 그 벼를 달라고 청하니, 여인은 벼가 잘 영글지 않았다고 대답한다. 또 가다가 다리 밑을 이르니 한 여인이 빨래를 하고 있다. 물을 달라고 청하자 여인은 그 더러운 물을 떠서 바친다. 법사는 그 물을 엎질러 버리고 다시 냇물을 떠서 마셨다.
이때 들 가운데 있는 소나무 위에서 파랑새 한 마리가 그를 불러 말한다. "제호스님은 그치십시오" 그리고 는 갑자기 숨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그 소나무 밑에는 신 한짝이 벗겨져 있었다. 법사가 절에 이르자 관음보살상의 잘 밑에 또 전에 보던 신 한 짝이 벗겨져 있으므로 그제야 전에 만난 성녀(聖女)가 관음의 진신(眞身)임을 알았다. 때문에 당시 사람들은 그 소나무를 관음송이라 했다. ... [하략]
흔히 설화(說話)의 세계에서 그 존재의 신이(神異)함을 보이기 위한 수단으로 신발이 등장한다. 그것도 불교와 관련된 설화에서는 부처님이 승려나 일반 중생에게 존재를 알리고 깨달음을 주기 위해 등장할 때에 이렇게 신발로써 표를 한다.
여하튼 상광교동122번지. 잘 생긴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있다. 이 나무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하고 있다. 옛날에는 광교산에 89개의 절이 있었는데 어떤 사람이 절을 돌기 위해 이 곳에 신발을 벗어놓고 산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비가 많이 내려 신발이 다썩어 느티나무 뿌리가 내렸다. 이렇게 해서 생겨난 느티나무는 점점 크게 자라 어른의 팔로 몇 아름이 되었다. 워낙 거목이어서 누군가가 나무 속에 불을 지르면 며칠 동안이나 꺼지지 않고 연기가 났다고 한다.
언젠가 이 느티나무를 팔려고 나무를 베어냈는데 베는 도중에 사람이 죽기고 했다고 한다. 지금의 느티나무는 베어낸 느티나무의 씨가 떨어져 자란 것이다. 상광교 느티나무에 전하는 이러한 이야기는 원효법사의 이야기와 비교하여 볼 때 그 의미가 보다 분명하여 지리라 본다. 과연 그 사람, 신발을 벗고 절을 돌아보겠다 한 그 사람은 누구인가? 왜 절을 돌아보는데 맨발로 산을 오르고 절을 돌아보겠다 했는가? 두 편의 이야기를 비교하고 보니 상광교 느티나무아래 신을 벗어 놓은 것은 부처인 것이다.
89개의 절을 돌아보면서 부처님의 뜻을 전하고자 한 것이다. 그렇기에 신발이 썩어 느티나무가 되었고, 그 나무를 베려던 사람은 목숨을 잃었다는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광교산을 오르며 무심히 보던 그 잘생긴 느티나무는 부처님이 광교산과 함께 하시며 그 곳 광교산에 계시다는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그러고 보니 광교산을 향하는 발걸음이 한결 엄숙해지고 경건하여 진다. 비단 이야기를 통해 전하는 광교산의 신성함 때문이 아니라 산을 찾는 이들의 한 걸음 한 걸음이 즐겁고 경건함이 어느 한 편으로 치우치지 아니할 때 더욱 아름다움 산행이 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