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설화
미학사지
미학(美鶴)절터
광교산이 수원시민들뿐만이 아니라 인근 시군의 주민들에게도 사랑 받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물론 수려한 경관과 잘 정비된 등산로 등이 그 첫 번째 이유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정말로 등산을 즐기는 전문적 등산가들에게는 호감이 갈 수 있으나 일반인들에게는 등산로가 잘 정비되고 경관이 빼어나다 하더라도 굳이 이 산을 찾을 이유로는 충분치 못한 점이 있다.
일반인들이 광교산을 즐겨찾는 이유 중 많은 약수터가 있어 등산 중 갈증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가 아닌가 한다. 게다가 광교산의 약수터는 수질뿐 아니라 물맛이 좋다는 점이 휴식을 겸해 건강을 돌보려는 일반 시민들에겐 무엇보다 매력이 있지 않은가 한다.
등산로에 따라 다소의 차이는 있으나 산을 찾는 이들의 체력과 취향에 맞는 다양한 등산로와 곳곳에 마련된 쉼터, 그리고 안전시설 등등...그리고 단번에 갈증을 풀어주는 맑고 시원한 약수 등이 광교산으로 사람들을 모여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광교산에는 호항골 전설을 비롯 많은 이야기들이 전하고 있다. 그러한 점이 광교산을 더욱 아름다운 산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한편,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면서 기록되지 못했던 이야기들도 구전되며 또한 새롭게 채록되어 전하게 되었고 새로운 사실도 밝혀지게 되었다. 그 중 가장 큰 수확이라고 하면 미학사지가 제 이름을 되찾았다는 점일 것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학사지에는 창성사지라는 안내판이 있었다.
그러나 지역의 향토를 연구하는 사학자들과 언론의 노력에 의해 이 곳이 미학사지라는 본래의 이름을 되찾게 된 것이다. 미학사지는 시민들이 가장 즐겨찾는 등산로에 있으며, 이곳에는 물맛이 좋기로 이름난 약수터가 있다. 약수터는 절이 있던 곳이다는 의미에서 절터약수터로 불린다. 절터약수터는 상광교동 시내버스 종점에서 사방댐을 지나 왼쪽의 등산로로 접어들어 억새밭을 향하여 오르다 보면 8부능선 쯤에 있는 약수터다.
이 곳에는 옛날, 그것이 언제인지는 분명치 않으나, 기단이 3단으로 조성된 것으로 보아 고려시대의 절이 아닌가 추정되고 있는 절터가 남아 있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이곳의 절에는 여승들(비구니)만이 수도를 하고 있었다고 하며, 절의 이름이 미학사(美鶴寺)였다고 한다. 절의 이름만으로 보아도 이 절이 예사의 사연을 지닌 절이 아님을 짐작케 한다. 일반적인 절의 이름과는 다른 느낌을 갖게 한다.
옛날, 이곳에는 여러 명의 비구니들이 수도를 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약수가 있으니 물 걱정은 하지 않았고, 절 주위의 땅을 개간하여 필요한 양식과 채소를 가꾸며 오직 득도를 위해 용맹정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여승의 몸에 이상한 징조가 보이기 시작했다. 수도를 하는 여승의 신분으로 남자를 가까이 할 수도 없고, 더군다나 잠자리를 하여 아이를 잉태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여승의 배는 날이 갈수록 불러만 갔다. 아이를 갖은 것이 분명했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당황스럽기는 아이를 잉태한 여승도 마찬가지였다. 일이 이렇게 되자 주지스님은 그 여승을 불러 물었다. “스님, 어찌된 일입니까? 수도를 하는 승려로서 남자와 잠자리를 갖다니요.”
아이를 잉태한 스님은 정말로 자신이 아무런 부정한 일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곰곰이 생각을 하고는, “주지 스님, 몇 달 전 이상한 꿈을 꾸었습니다. 학 한 마리가 빙빙 하늘을 한 바퀴 돌더니, 뜰에 앉아있던 제 배로 날아와서는 날개를 활짝 편 채로 잠이 드는 것이 아니겠어요. 제가 몸을 움직여서 날려보내려 해도 그냥 그렇게 누워있는 것이에요. 그래 어쩔 줄 몰라 있는데 햇살이 따스하고 바람은 시원하여 저도 모르게 깜빡 잠이 들었지요. 깨어 보니 꿈이었어요.”
“그런 꿈을 꾼 뒤로 점점 배가 불러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주지스님을 말을 듣고 나더니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래요 스님 이것이 다 부처님의 뜻입니다.” 그런 뒤 스님을 아이를 낳았고, 절의 이름도 미학사로 바꾼 것이라 전한다. 절터 약수터에는 이러한 전설이 전하고 있다.
약수터를 찾는 이들이 휴식을 취하면서 미학사지에 전하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심신의 피로를 풀고 또한 건강을 다지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