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설화

능참봉

작성자 : 수원문화원 날짜 : 20/12/08 13:46 조회 : 1341

화성의 숨결을 찾아서....

능참봉

김용국

정묘조 때, ‘한 달에 거동이 스물 아홉 번’이란 말이 나온다. 이 말은 그만큼 능행이 잦았다는 의미에서이지 정말로 한 달에 스물 아홉 번의 능행을 했을 리는 만무하다.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한 횟수이다.

그러나 이 말은 민중들에 의하여 전하는 것이다. 민중들은 자신들이 하고싶은 말을 사실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다. 다소는 황당한 이야기로 바꾸어 표현함으로서 그 진의를 숨기고자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사회적 통념이나 금기시 되는 내용일 때에 더욱 그러하기 때문이다. 누가 감히 임금의 능행이 너무 잦다라고 했겠는가? 그러니 ‘한 달에 거동이 스물 아홉 번’은 그만큼이나 정조의 능행이 잦았다는 의미인 것이다.

한편 ‘수원 능참봉은 한끼에 닭이 한 마리’라는 말도 이 때에 나온 말이다. 이는 정조가 아버지인 사도세자의 능을 잘 관리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하였는가 하는 사실을 드러내는 말이다. 능참봉을 어떻게 대우하느냐는 곧 아버지인 사도세자의 능을 얼마나 잘 할 수 있느냐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이기에 그러하다.

다음의 이야기는 아버지의 능 관리에 정조가 얼마나 마음을 썼는가 하는 것을 잘 보여준다. 김참봉이라는 사람이 사도세자의 능을 돌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추레한 과객이 와서는 자기가 관상도 잘 보고 다른 것도 잘 본다고 하면서, “당신은 사흘 안에 죽는다.” 고 하는 것이었다. 그래 능참봉이 하는 말이 “죽는 것을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살 도리가 없는가?” 하고 물었다.

“그럼 내가 이르는 대로 할 수 있는가?” 하고 과객이 물었다. “그렇게 하마.” “사흘 뒤, 저녁을 먹고 나면 비가 부슬부슬 시작할거요. 그러면 나랏님 산소의 상돌 밑창에 가서 유지를 덮고서 빳빳하게 드러누우시오. 그래야 살지, 그렇지 않으면 죽습니다.”

지나는 과객의 말이니 그리 믿음이 가는 것은 아니었으나, 과연 과객의 말고 같이 사흘 뒤 저녁을 먹고나니 뇌성벽력과 함께 비가 막 쏟아지는 것이었다. 능참봉은 정신이 번쩍났다. 그래 과객이 이르는 대로 상돌밑에 유지를 덮고는 누웠다.

그 때 정조께서는 근정전에 계시다가 비가 쏟아지고 뇌성벽력을 하니까, 비내리는 곳에 누워계실 아버지를 생각하니 자식된 도리가 아닌 듯했다. “수원의 능참봉에게 네 끼에 닭을 한 마리씩을 주어서 우리 아버님 산소 잘 돌보도록 하였는데, 아마 이놈 저는 뜨뜻한 방에서 잠만 자고 있을 것이다.” “자객을 보내서, 방에서 자거든 무조건 모가지를 잘라 오거라.” 그래 자객은 명은 받고 말을 달려 재실 앞에 가 보았다.

그런데 능참봉은 보이질 않았다. 혹 능을 지키고 있는가 해서 가보니 상돌 밑에서 유지를 덮고 자고 있는 것이었다. 자객은 이 사실을 정조께 고하니 정조께서는 크게 기뻐하시면서 수원의 능참봉에게 한 끼에 닭을 한 마리씩을 내리셨다고 한다. 그만큼 아버지인 사도세자에 대한 효성이 지극하였음을 드러내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네 끼에 닭이 한 마리이든, 한 끼에 한 마리이든 이라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닌 것이다. 그만큼 능참봉에 대한 대우가 좋았음을 드러내는 말인 것이다. 아무튼 ‘수원하면 정조요, 정조하면 효’라는 등식이 말하듯 수원은 정조의 효심을 정신적 뿌리로 성장하는 도시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