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설화

능골

작성자 : 수원문화원 날짜 : 20/12/08 13:38 조회 : 1303

화성의 숨결을 찾아서 2002.12. 09

능골

수원의 여러 곳에서 능(陵)자가 포함된 지명이 보인다. 그러나 장조의 융릉(隆陵)과 정조의 건릉(健陵)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기에는 그 개연성이 크지 않다. 그럼에도 수원지역에 는 능안, 능골, 능뒤, 능모랭이 등의 지명이 전하고 있어 그 발생의 연원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신분에 따라 무덤을 이르는 명칭이 달랐다. 능(陵)이란 왕이나 왕후의 묘를 이르는 명칭이니 수원의 여러 지역에 왕이나 왕후의 무덤이 산재해있다는 것은 그리 신빙성이 없는 것이다. 신분에 따른 무덤의 명칭을 살피면 이렇다. 왕세자나 세자빈 및 왕의 사친(私親) 등의 산소를 원(園)이라 했다. 그렇기에 영조38년(1762년) 사도세자(思悼世子)가 뒤주 속에서 죽자 양주 배봉산 기슭에 그의 묘소를 마련하고 영우원(永祐園)이라 했던 것이다.

훗날 정조(正祖)께서 수원 화산(花山)으로 이장하고 붙여진 이름도 능인 아니었다. 세자의 신분이기에 현륭원(縣隆園)이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뒤 사도세자를 추존(追尊-왕위에 오르지 못한 죽은 이에게 왕의 칭호를 올림)하여 장조라 한 뒤에야 비로소 융릉(隆陵)이라 명명하게 된 것이다.

이렇듯 묘의 명칭도 신분에 따라 달리했던 것이다. 수원의 각 지역에 전하는 능(陵)자가 포함된 지명을 보면, 우선 조원동의 능골을 들 수 있다. 능골은 조원동 경기도 운수 연수원의 뒤편 동북쪽 작은 골짜기를 말한다. 이 골짜기 바로 위를 신갈-안산 고속도로가 지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이 곳에 능이 있었다고 하나 확인할 길이 없다.

한편 능골이란 지명은 호매실동에도 전한다. 유일하게 이곳의 지명은 융릉(隆陵)과의 관련이 있다. 능골은 호매실동 1010번지 일대로, 전하는 말에 의하면 정조께서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 자리를 고를 때 당시 지관이 이 곳에 터를 잡았다고 한다. 그런데 마침 새 한 마리가 날아가며 “십오리, 십오리”라고 하였다. 그래서 이 곳에서 십오리를 더갔더니 지금의 화산 능 자리였다고 한다. 능 자리를 잡게 해준 골짜기라 하여 능골이라 부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새의 울음소리가 ‘십오리, 십오리’로 들리겠는가? 여기에 좀더 그럴싸한 가정을 해보기로 한다. 당시 날았다는 새는 오리다. 오리 중에서도 쇠오리다. 터를 잡고난 사람들은 여기가 좋겠다 결정을 하는 순간, 바로 쇠오리가 울음을 울며 날아갔다. 사람들은 생각했을 것이다. 이렇게 뜻깊은 순간에 오리? 그것도 쇠오리?가 울음을 울며 날아간다? 어떤 의미일까? 이는 필시 하늘의 계시일 것이라 생각을 했다. 그리하여 ‘오리[鴨]’는 ‘오리(五里)’라 생각하였다. 그런데 쇠오리가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고 쇠오리의 ‘쇠’를 숫자화 시키려다 보니 ‘시[十]?’, 그러니 ‘쇠오리’는 어느덧 ‘시오리’가 되었고, 그 거리만큼의 다른 곳을 물색하였다. 그래 오늘의 화산으로 터를 잡게된 것이다.

물론 억측인 줄 안다. 그러나 설화가 탄생하는 배경을 보면 결코 그리 개연성이 없지만은 않을 것이다. 아무튼 수원시 폐기물 적환장 일대에 능안마을이 있다. 이의동에 있는 이 마을은 심온 선생의 묘역을 능으로 예우하여, 능이라 부른데서 연유한 것이다. ‘심온 선생 묘소 안쪽에 있는 마을’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는 꼭 예우의 차원만은 아닐 것이다. 그 묘역의 규모가 그만큼 크고 웅장했기에 붙여질 수 있는 명칭이라 여겨진다.

이 밖에도 심온선생의 묘에서 유래된 지명으로 능안 골짜기. 능안골이 있으며 이의동에 있는 골짜기의 이름이다. 또한 뒤릉. 능뒤. 두릉(杜陵). 두빙이 등의 지명은 산의 초등학교 앞 구멍가게가 있는 일대이다. 심온선생 묘소 뒤쪽에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이 마을은 ‘두릉’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나라에 충정을 다 바치고도 죽음을 당한 심온 선생의 억울함이 한이 되어 두견새가 밤마다 슬피 울었다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 한다.

그밖에 능(陵)모리. 능모탱이. 능모투이. 능모랭이(화서동 211번지와 212번지 화서맨션 자리)란 지명도 전한다. 주민들은 이 곳에 능이나 애기능이 있었을 것이라고 전하나 아파트 공사로 인해 지금은 확인할 길이 없다.